“내 퇴직연금이 DB인지 DC인지조차 모른다”는 직장인이 여전히 많다. 그런데 이 한 글자 차이가 노후 자금 규모를 좌우한다. 같은 회사, 같은 연봉, 같은 근속연수라도 DB냐 DC냐, 그리고 DC라면 어떻게 굴렸느냐에 따라 퇴직 시점의 적립금이 수천만 원 단위로 갈린다. 이 글은 둘의 차이와 선택 기준을 직장인 입장에서, 실제 숫자로 정리한다.
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·세무 자문이 아니다. 제도·세율은 변경될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은 가입 금융사·세무대리인과 확인하길 권한다.
DB와 DC, 한 줄로 끝나는 핵심 차이
- DB(확정급여형, Defined Benefit):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다. 회사가 굴리고, 운용 손익은 회사 몫
- DC(확정기여형, Defined Contribution): 회사가 넣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. 내가 굴리고, 운용 손익은 내 몫
- 결국 **"누가 위험을 지고, 수익이 누구 것이냐"**의 차이다
고용노동부 정의로도, DB는 사용자(회사)가 부담금을 적립해 자기 책임으로 운용하고 근로자는 사전에 확정된 퇴직급여를 받는 제도이고, DC는 사용자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/12을 부담금으로 넣어 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그 결과를 퇴직급여로 받는 제도다(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제도 안내). 한 줄로 줄이면 DB는 퇴직 시점 임금에 연동돼 본인이 신경 쓸 게 없고, DC는 회사가 입금한 돈을 직접 운용해 불리거나 까먹는다.
다음 표로 둘의 성격을 한눈에 비교해 두자.
| 구분 | DB(확정급여형) | DC(확정기여형) |
|---|---|---|
| 운용 주체 | 회사 | 근로자 본인 |
| 수익 귀속 | 회사(손익 모두) | 근로자(손익 모두) |
| 투자 위험 | 회사가 부담 | 근로자가 부담 |
| 받는 금액 결정 | 퇴직 직전 평균임금 × 근속 | 부담금 + 운용수익 |
| 유리한 사람 | 임금상승률↑·승진 빠른 사람 | 임금 정체기·투자 의지 있는 사람 |
| 추가 납입 | 불가 | 가능(세액공제 한도 내) |
내 퇴직금은 누가 굴리고 수익은 누구 것인가
2026년 5월 발표된 금융감독원·고용노동부 '퇴직연금 백서'가 이 차이를 숫자로 보여준다. 2025년 말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501조4000억 원으로 전년(431조7000억) 대비 16.1% 늘었고, 연 수익률은 **6.47%**로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최고치였다(뉴스핌, 2026-05-20).
| 제도 | 적립금(비중) | 연 수익률 |
|---|---|---|
| DB(확정급여형) | 228조9000억(45.7%) | 3.53% |
| DC·기업형 IRP | 141조6000억(28.2%) | 8.47% |
| 개인형 IRP | 130조9000억(26.1%) | 9.44% |
DB가 가장 낮고 DC·IRP는 두 배 이상 높다. 회사가 보수적으로 굴리는 DB와,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DC·IRP의 차이다. 다만 이 수익률을 "DC가 무조건 두 배 낫다"로 읽으면 곤란하다. 뒤에서 보겠지만 DC 안에서도 어떻게 굴렸느냐에 따라 격차가 다시 5배로 벌어진다.
임금상승률 vs 운용수익률 — 선택의 진짜 기준
선택의 본질은 단순하다. 내 임금상승률이 높으냐, 시장 운용수익률이 높으냐다.
DB형 퇴직급여 공식은 1일 평균임금 × 30일 × 총 근속연수다. 평균임금은 퇴직 직전 3개월 임금을 그 기간 일수로 나눈 값이라, 직전 임금이 높을수록 유리하다. 즉 DB는 사실상 임금상승률에 연동된다. (이 공식은 일반 퇴직금과 같다 — 퇴직금 계산기 로 본인 평균임금·근속 기준 예상액을 먼저 잡아 보면 비교가 쉽다.)
- 임금상승률 > 운용수익률 기대 → DB가 유리 (예: 승진·호봉 상승 빠른 직장)
- 운용수익률 > 임금상승률 기대 → DC가 유리 (임금 정체기, 투자 의지 있는 경우)
워크드 예시: 연봉 5,000만 원, 10년 근속이면 얼마나 갈릴까
말로만 하면 와닿지 않으니 숫자를 넣어 보자. 현재 연봉 5,000만 원(월 약 417만 원 수준), 앞으로 10년 더 일한다고 가정한다. DB는 "퇴직 직전 1개월치 임금 × 근속연수"에 근사하므로, 임금상승률에 따라 마지막 임금이 달라지면 적립금도 달라진다. DC는 매년 연봉의 1/12(약 417만 원)을 적립하고 그 돈을 운용수익률대로 굴린 결과다. (단순화를 위해 세금·수수료·중도 인상은 생략한 개략 비교다.)
| 가정 시나리오 | DB 예상 적립금 | DC 예상 적립금 | 유리한 쪽 |
|---|---|---|---|
| 임금상승률 5% / 운용수익률 3% | 약 6,800만 원 | 약 4,900만 원 | DB |
| 임금상승률 3% / 운용수익률 6% | 약 5,800만 원 | 약 5,800만 원 | 비슷(분기점) |
| 임금상승률 1% / 운용수익률 9% | 약 4,800만 원 | 약 6,900만 원 | DC |
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.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사람은 DB, 임금이 정체된 대신 잘 굴릴 사람은 DC가 유리하다. 그리고 그 분기점은 대략 "내 임금상승률 = 내 운용수익률"인 지점이다. 그래서 승진 사다리 끝물에 다다랐거나 호봉제가 약한 직장이라면 DC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. 반대로 매년 임금이 또박또박 5% 이상 오르는 구조라면 DB를 유지하는 편이 합리적이다.
직접 가정을 바꿔 보고 싶다면 복리 계산기 에 월 적립금(연봉의 1/12)과 본인이 기대하는 운용수익률을 넣어 DC 30년 결과를 그려 보면 된다. 노후 목표 자산 자체를 역산하고 싶다면 FIRE 계산기 로 "몇 살에 얼마면 은퇴 가능한가"를 먼저 잡고, 그 목표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할 몫을 가늠하는 순서가 깔끔하다.
결정적 변수: 어떻게 굴리느냐
결정적인 변수는 운용방식이다.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**3.09%**인데 실적배당형은 **16.80%**로 약 5배 차이가 났다. 그런데 적립금의 75.4%(378조1000억)가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다(뉴스핌).
양극화도 뚜렷하다. 상위 10%(수익률 19.5%)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84%, 하위 10%(수익률 0.5%)는 원리금보장형이 74%였다. **"굴린 사람과 방치한 사람"**의 격차다. DC를 골라도 예금에 방치하면 DB만 못할 수 있다. 위 워크드 예시의 "운용수익률 3%" 줄이 바로 이 방치 케이스에 가깝다 — DC로 바꿔 놓고 원리금보장형에만 넣어 두면 DB보다 적게 받는 결과가 실제로 나온다.
DB에서 DC로 전환할 때 꼭 알아야 할 것
DB→DC 전환은 가능하지만, DC→DB 역전환은 원천 금지다. 개인 운용 손실을 회사에 떠넘기는 효과가 되기 때문이다. 한 번 전환하면 끝이니 신중해야 한다. 전환 시 기존 적립금은 일괄 DC 이전 또는 과거분 DB 유지 중에서 고른다.
가장 중요한 타이밍은 임금피크제다. DB는 퇴직 직전 평균임금이 기준이므로, 피크제로 급여가 20~30% 줄어든 뒤 전환하면 줄어든 임금으로 정산된다. 따라서 피크제 적용 전, 높은 임금일 때 DC로 전환해 그 기준의 적립금을 확보하는 것이 정석이다. 예를 들어 피크제 직전 월 임금이 500만 원이고 근속 20년이면 DB 기준 적립금이 약 1억 원인데, 피크제로 임금이 350만 원으로 깎인 뒤 정산하면 같은 근속이라도 기준 임금이 낮아져 손해를 볼 수 있다. "임금이 정점일 때 그 기준을 DC로 박제한다"는 발상이 핵심이다.
퇴직하면 IRP로 — 이전 규정과 절세 효과
퇴직하면 DC 적립금은 IRP(개인형퇴직연금)로 전액 이전이 원칙이다. 일부만 옮기거나, 현금과 상품을 쪼개 서로 다른 IRP로 나눠 넣는 식은 안 된다(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). 만 55세 미만 퇴사자는 기존 급여 계좌가 아니라 신규 IRP 계좌로 받아야 한다(한국경제, 2024-08-11). 그리고 2024년 11월부터는 DC형 사업자(금융사)를 바꿀 때 보유 상품을 매도 없이 그대로 옮기는 현물이전이 가능해졌다(다만 리츠·MMF·ELS·디폴트옵션 상품 등 일부는 제외).
IRP로 받은 퇴직금을 어떻게 수령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크게 갈린다.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최대 30%(수령 10년 이하)에서 40%(10년 초과)까지 감면받는다. 연금소득세율도 나이에 따라 낮아진다.
| 연금 수령 나이 | 연금소득세율 |
|---|---|
| 55~69세 | 5.5% |
| 70~79세 | 4.4% |
| 80세 이상 | 3.3% |
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받는 것보다 연금으로 나눠 받는 쪽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. 퇴직금 IRP에 본인 자금을 더 얹어 세액공제까지 챙기는 전략은 연금저축 vs IRP 정리글 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.
DC 운용 실전: 디폴트옵션과 위험자산 70% 한도
DC를 골랐다면 운용이 관건이다. **디폴트옵션(사전지정운용제도)**은 운용 지시를 따로 안 해도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게 한 제도로, 원리금보장형 쏠림을 막으려는 장치다(2022년 7월 도입, 1년 유예 후 2023년 7월부터 본격 적용).
운용 한도도 있다. 퇴직연금감독규정상 DC·IRP는 적립금의 최대 70%까지 위험자산(주식형 비중 40% 초과 펀드 등)에 투자할 수 있고, 나머지 30% 이상은 원리금보장상품·국채 등 안전자산이어야 한다(국가법령정보센터,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). 100% 주식은 못 채우지만, 70%만 잘 굴려도 장기 격차는 크다. (이 70% 한도는 노후자금 안정성과 수익률 제고 사이에서 완화 여부가 계속 논의되는 쟁점이기도 하다.)
복리 계산기로 위험자산 70% 운용 시 30년 후 적립금 시뮬레이션 → — 수익률 가정을 바꿔가며 DB 대비 DC의 장기 격차를 직접 확인해 보자.
DC 가입자 자주 하는 실수 체크리스트
DC로 바꿔 놓고도 적립금을 못 불리는 사람들의 패턴은 비슷하다. 아래 항목을 점검해 보자.
- DC인지 DB인지조차 모른다. 가장 흔한 실수. 회사 인사팀이나 가입 금융사 앱에서 5분이면 확인된다. 운용 화면이 있으면 DC, 없으면 DB일 가능성이 높다.
- DC인데 원리금보장형에 100% 방치한다. 적립금의 75%가 여기 묶여 있다는 통계가 곧 이 실수의 증거다. DC의 이점은 "굴려야" 살아난다.
- 디폴트옵션을 초저위험으로만 지정해 둔다. 자동 운용이라고 안심하지 말고, 본인 성향에 맞는 위험 등급으로 디폴트옵션을 재지정한다.
- 임금피크제 적용 후에 DC 전환을 고민한다. 이미 늦었다. 임금이 정점일 때 전환해야 그 기준이 적립금에 박힌다.
- 퇴직 후 IRP를 곧바로 해지해 일시금으로 뺀다. 퇴직소득세 감면과 낮은 연금소득세율을 통째로 버리는 셈이다.
- 수수료·상품 라인업을 비교하지 않는다.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금융사별 수익률·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다. 같은 70% 위험자산이라도 수수료 0.3%p 차이가 30년이면 큰돈이다.
자주 묻는 질문
Q. 내가 DB인지 DC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? A. 회사 인사팀이나 가입된 퇴직연금 사업자(은행·증권사)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. 본인 명의 계좌에서 직접 운용 중이면 DC, 운용 화면이 없으면 DB일 가능성이 높다.
Q. DC가 수익률이 높던데 무조건 DC가 정답인가요? A. 아니다. DC 수익은 운용 결과에 따라 갈린다. 백서에서도 실적배당형은 16.80%였지만 원리금보장형은 3.09%에 그쳤다. DC를 골라 놓고 예금에 방치하면 DB보다 못할 수 있다. 운용할 의지가 있을 때만 DC의 이점이 살아난다.
Q. 한 번 DC로 바꾸면 다시 DB로 못 돌아가나요? A. 그렇다. DC→DB 역전환은 제도적으로 금지돼 있다. 개인 운용 손실을 회사에 전가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.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판단해야 한다.
Q.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DB가 무조건 불리한가요? A. DB 급여는 퇴직 직전 평균임금 기준이라, 임금이 깎인 뒤 정산되면 적립금이 줄어든다. 그래서 피크제 적용 전 높은 임금일 때 DC로 전환해 적립금을 확보하는 전략이 자주 쓰인다. 다만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전환 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.
Q. 퇴직금을 IRP에서 바로 다 빼면 안 되나요?
A. 인출은 가능하지만 세금에서 손해다.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 감면(최대 3040%)과 낮은 연금소득세율(3.35.5%)을 적용받는다.
관련 도구·글
- 복리 계산기 — DC 적립금을 30년 굴리면 노후에 얼마?
- FIRE 계산기 — 목표 은퇴 자산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할 몫 역산
- 퇴직금 계산기 — DB 기준 예상 적립금(평균임금 × 30일 × 근속)
- 연금저축 vs IRP 정리글 — 퇴직금 IRP에 본인 자금 추가 시 절세 전략
- FIRE 한국형 가이드 — 퇴직연금·연금계좌를 노후 설계에 녹이는 큰 그림
참고 자료
- 고용노동부 — 퇴직연금 제도 안내(DB·DC·IRP)
- 국가법령정보센터 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
- 금융감독원 — 통합연금포털(내 연금·수익률·수수료 조회)
- 뉴스핌 —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 돌파…역대 최고 수익률 6.47% (2026-05-20)
-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— DC형 상품의 IRP 현물이전
- 한국경제 — 만 55세 미만 퇴사자, 퇴직금은 신규 IRP로 (2024-08-11)
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, 투자·세무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책임이다. 수익률·세금은 운용 결과와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하라.
